하노이에 있는 가죽공방 diy box는 베트남 여행 카페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알고보니 구글에도 뜨고, 후기도 꽤 있는 유명한 곳이었다. 호안끼엠 호수 메인 정류장에서 09번 중에서도 아래와 같이 적힌 버스를 타야 한다!
Cau Giay 방향 9번 버스를 타고, 한 20분 있다 Doi Can 거리에 내리면 된다. 그냥 차장 분께 주소를 보여드리자..!
베트남어를 1도 몰랐기 때문에 주소를 적어간 종이를 꾸깃꾸깃 펼쳐들어 주변에 도움을 청하러 다녔다. 그때 만난 한 가족. 아저씨께서 영어를 꽤 하셔서 덕분에 맞는 버스를 찾았다. 다행히 그 가족 분들도 같은 버스였고, 여기 앉으라고 해주셔서 나란히 마주앉아 가게 됐다. :)
버스를 찍으려다 휙. 아주머니가 살짝 보인다. 애기가 너무 예뻤다. 애교가 진짜 많다. *>_<* 감사한데 드릴 게 없어서 애기한테 카X오빵 판박이를 선물로 줬다. 직접 손에 붙여주고 이름도 가르쳐줬다. 좋아해줘서 고마웠다. 신발 예쁘다고 엄지척 했더니 나한테 윙크를 날렸다. 심쿵.
내가 베트남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했더니, 아저씨께서 내게 자리를 양보해주셨다! (감동쓰)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름 친해져서, 애기가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베트남어라 ㅠㅠ 의사소통을 해주시던 아저씨께서 떠나시면서 베트남어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 가족과 그 분들로 인해 알게 된 감사한 분들 덕분에 무사히 공방에 도착했다.! 1층은 카페, 2층이 공방이다. 공방에서 커피나 마실 걸 시킬 수 있다.
가면 직원 분이 어떤 걸 만들고 싶은지 물어보고 만드는 걸 도와주신다. 이렇게(↑) 설계도도 그려주신다. 갖고 싶어서 가져도 되냐고 묻고 가져왔다. :) 원래는 시곗줄을 만들려고 했는데 만들기 어렵다셔서 필통으로 바꿨다. 먼저 가죽을 고르고 재단, 구멍 뚫기, 바느질하면 끝!
더 마음에 드는 가죽이 있었지만, 필통이기 때문에 때가 덜 탈 것 같은 요걸 골랐다.
저 작은 사각형 두 개가 필통 양쪽 막음새가 된다. 삐뚤빼뚤하지만 구멍 뚫기 완성!
완성하고 나서 학업 욕구가 엄청 솟구쳤었다. 이걸로 취업하겠단 다짐과 함께..! 도와준 직원 분이 사진도 찍어갔다. 양쪽 바느질이 짝짝이긴 하지만 신난다. B-)
도구 사용료 3만 동 / 가죽 10만 동 / 커피 2만 동 = 합계 15만 동 우리나라 돈 7,000원에 가죽공예를 할 수 있다니. 베트남은 사랑입니다, 여러분
공방 바로 앞에는 큰 호수가 있다. 호수 근처 펜스조차 너무 운치있어서 벤치 있었으면 계속 앉아있고 싶었다. 호수랑 펜스랑 너무너무 베트남스러운 분위기.
개인적으로 베트남 베스트컷으로 꼽는 호수 파노라마 사진. 휴대폰 화질이 좋지도 않았는데 배경이 예뻐서인지, 살짝 노을지던 분위기랑 어우러져 정말 너무 좋았다.
마냥 우리나라처럼 생각하고 맞은편으로 건너 버스정류장 찾다가 꽤 오래 내려가서 발견했다.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오는 길. 숙소 앞 가게에 현지인들이 많길래 여기 맛집인가 싶어 들렀다. 오토바이 빠방대는 소리, 사람들 얘기나누는 소리, 군청색 짙은 밤, 초승달.
사람들이 많이 시켜먹길래 나도 시켜먹었던 알지 못하는 메뉴, 청경채 고기 볶음면. 느끼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1년 정도 지난 지금와서 생각하면 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내 앞에 아주머니는 55,000동을 내서 똑같이 계산하려 했는데, 나는 60,000동을 내야했다. 그러려니.. 허허. 문제는 목욕탕 의자에 앉아 쭈그려 먹었더니 거의 완쾌했던 허리 통증이 다시 도졌다. 서럽다.
숙소 들어가기 전 다시 한 번 찍은 밤 하늘. 피곤해서 야시장을 못갔다. 하노이 야시장 안녕.. 밤 10시인데 내일 뭐할지 계획이 없다. 처음이다.
(여행 당시) 작년 유럽 여행은 주로 가이드북 따라 유명하단 곳은 싸그리 가봤다. 매일매일이 풋패치였다. 이번 여행은 느긋하고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여러모로 행복이 많다. 작년 여행이 행복하지 않았단 건 아니지만, 어제까지 다소 우울했던 여행의 방향을 찾은 느낌이었다. 사실 습하고 더운 베트남이어서 쉬어가는 여행이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돌아다니기 힘드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