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버스는 우리나라 시골 버스 느낌이다. 덜컹덜컹 하면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흥을 돋군다.
신나서 영상을 찍어뒀는데, 영상을 보면 정말 우리나라 트로트 같은 느낌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설렘도 점점 커진다. 장난감 모형 같은 집이 내 앞에 서 있다.
종점인 롱비엔에서 내릴 때부터 수많은 오토바이 기사들이 타라고 손짓한다. "No"라고 의사표현만 확실히 한다면 따라오거나 그런 일이 없으니 별로 걱정할 건 아닌 것 같다. 준비해 온 지도를 펼쳐들어 10분 정도 걷자 미리 예약해둔 숙소가 나타났다.
프랑스 영향을 받아서인지 길을 찾을 때도 약간 비슷한 방식인 것 같다. 다만 파리보다 훨씬 길 찾기가 쉬운데 내 능력이 향상된 걸까, 아님 베트남 길이 잘 닦여있는 걸까. 아무튼.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니 배가 고프다. 점심 때가 비행기 타고 있을 때라, 나름 빵을 챙겨먹었는데 그래도 배고프다. 한국에선 이미 저녁시간이지만, 하노이에선 조금 이르다. 참다가 더는 안되겠다 싶어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PHO BAT DAN
Bat Dan 거리에 있는 Pho 가게여서 PHO BAT DAN (구글맵) 나중에 알고 보니 백종원 쌀국수집으로 알려진 가게로 실제 이름은 퍼짜쥬엔이라고. 맛집으로 알려져서 외국인 손님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실내에 테이블 3-4개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야외에 저렇게 앉은뱅이 의자가 놓여있다.
Tai 가 설익은 쇠고기, Chin 이 푹 익힌 쇠고기 라는데 Tai Nam 은 뭔지 모르겠다. 이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장 싼 Pho Chin 을 시켰다.
내가 갔을 때 현지인 몇 명과 일본인 부부가 있었는데 나처럼 관광객인듯 주문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같이 헤맸다. 조금 할 수 있는 일본어가 나름 큰 도움이 되었다. 직접 주인에게 가서 주문하고 선불이다.
배고파서 소스 넣을 생각도 없이 그냥 막 먹었던 베트남에서의 첫 끼. 빛깔은 일단 곱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아예 고수를 빼서 줬다. 내가 쌀국수 맛을 모르는 건지, 사실 내 입맛엔 좀 깊은 맛이 안 느껴졌다 해야하나 그냥 '음 괜찮네' 정도. 간을 따로 안한거라 옆에 있는 소스 같은 걸 넣으면 어떻게 될진 모르겠다.
하노이 거리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거리를 바라보며 먹는 쌀국수란. 나중에 현지인 대가족이 왔는데 자리가 없어 밖에 앉으려 하길래 내 자리를 양보했다. 말은 안 통했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오토바이에 2명은 기본, 3명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밥 먹고 나오니 내가 점점 하노이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배를 채웠으니 오픈버스를 예약하러 신투어를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