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금요일.
날씨 흐림. 누군가는 3월의 마지막이라서, 금요일이라서, 다른 누군가는 4월 1일을 기대할 오늘. 나는 새 식구를 데리러 갈 생각에 설렌다.
앞으로 내 인생을 함께 할 (하고 싶은) 이 아이.
어젠 금요일이라서 일정이 많아, 픽업을 하고 나서도 5시간 넘게 돌아다녔으니 얘도 참 답답했겠다.
연두색으로 변한 것 같아 서둘러 집으러 가던 길. 이젠 진짜 봄인건지 목련이 달빛을 받아 활짝 피었다.
집에 있던 베이킹소다를 꺼내 병과 자갈을 세척한다. 여러번 흔들어 주고 씻어내다 자갈을 많이 흘려보냈다. 다음부턴 주의해야겠다. 수돗물이 괜찮을까 걱정되지만, 영양분이 많고 괜찮다는 (전)주인 분 말에 서둘러 수돗물을 담는다.
연둣빛이라 걱정된다. 아침엔 괜찮을까.
동물을 키우기엔 신경쓸 시간과 여력이 안돼 시작한 식물 키우기. 벌써 세 번이나 보냈던 터라 얘만큼은 정말 보내고 싶지 않다. 말이 없고, 행동이 없어서 식물을 키우기가 더 힘든 것 같다. 오늘 아침, 유리병이랑 마리모 주변으로 기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좋은 징조인 것 같다. 신난다. 얘 수명이 100년이라니까 내 수명이 다할 때쯤 누군가에게 물려줘야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물을 갈아줘야 한다는데 까먹지 않을려고 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마리모는 XX한다> 시리즈 https://brunch.co.kr/magazine/marimo